곧 저녁이 다가올 것이다
등불을 밝히고
높고 비천한
어둠과
별에게,
목숨을 바쳐
몸속에 집을 짓는
하늘에서
곧 종이 울릴 것이다
새들이 죽어서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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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1953~ ) 경남 함양에서 출생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 등단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시집으로 ‘지리산타령’ ‘낮에 나온 반달’ ‘또 다른 사월’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달을 따라 걷다’ 등이 있다. 제6회 서정시학 작품상 수상
낮이 기울고 저녁이 온다. 그게 필연이듯 늙으면 죽음이 가까이 온다. 질병과 노령은 죽음
의 징후 사건들이다. 늙으면 각종 장기의 노쇠화를 피할 수 없고, 세포 손상이나 DNA 변
형 따위도 막지 못한다. 죽음은 삶에 부과되는 필연이다. 현세에 묶인 존재의 시간이 끝날
때 죽음이 날개를 펴고 달려든다.
죽은 뒤 영혼이 지속한다는 믿음은 종교들이 고안해낸 죽음에 대한 알리바이다. 삶은 죽음
으로 끝나지만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죽어도 “목숨을 바쳐” 쌓아 올린 “탑”은 남는
다. 남은 이들이 죽은 자의 “탑”을 기억하고 이에 대해 말할 것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