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 고은 作 <아직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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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1933~ )(高銀, 본명 고은태(高銀泰)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조지훈의 추천으로〈현대문학〉에《폐결핵》을 발표하며 등단
60년대 초에 본산(本山) 주지, 불교신문사 주필 등을 지냈고,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을 내고 1962년 환속하여
본격적인 시작활동에 몰두하게 되었다.
■ 길 위에 혼자 서 있어 본 사람은 인생을 이해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
가를. 길 위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지나온 길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길이 자기 앞에서 시작
되고 있음을 길 위에 서 본 사람은 깨닫는다.
길은 늘 무심한 듯 우리를 받아들이고 우리는 그 무심한 길을 따라 어디론가 간다. 길 위에
무슨 권력이 있고 욕심이 있겠는가. 그저 가기만 하면 될 뿐.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