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불 -강상기-
일어나세요
종말 같은 세상 외면할 텐가요
천지개벽 기다리는 중생을
지치게 하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일어날 수가 없다네
왜 그렇죠?
내가 일어서는 날은
중생의 꿈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네
와! 불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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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기=(1946~ ) 전북 임실에서 출생.
1966년 월간종합지 《세대》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이색풍토》(1971)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1988), 《민박촌》(2008),
《와와 쏴쏴》(2010) 등 산문집《빗속에는 햇빛이 숨어 있다》,
《자신을 흔들어라》 등 /함석헌평화포럼
처음엔 나도 벌떡 일어서려 했지. 아무리 돌부처라지만 어찌 중생의 아픔 모르겠는가?
석공은 이리도 큰 퉁방울 눈에 나팔 귀를 새겨놓지 않았나? 와서 비손하는 사연마다 아
프지 않은 게 없더군. 천 년 면벽한 공력으로 세상을 바꾸리라!
그런데, 아무리 땅 짚고 일어서려 해도 안 되는 거야. 석공이 내 오금을 안 만들어놨더군.
천지개벽은커녕 내 불구도 어쩌지 못해 석공을 원망했지. 그런데 말일세. 이제는 석공의
뜻을 알겠네. 내게 온 사람들 소원성취는커녕 제 아픔만 털어놓고 가지만 가는 걸음 올
때보다 거뜬하더군. 정갈하게 기도하던 제 손과 제 무릎으로 아파도 제 길 트며 가더군.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