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 인간으로 지상에 올 때
그랬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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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姜亨喆.1955~) 전북 군산 출생.
숭실대 철학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
저서로 평론집『시인의 길 사람의 길』『발효의 시학』,
시집『해망동 일기』『야트막한 사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등
엮은 책으로 『민족시인 신동엽』(공편) 등이 있음.
티 없이 맑은 호수 위로 어느 한순간 온몸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존재 선언. 우리는
모두 그렇게 지상에 왔다. 세월의 더께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우
리는 저 푸르른 시작에서 얼마나 멀어지는가.
그러나 매순간 번개처럼 튀어 올라 다시 시작을 선언(“재생”)하는 삶은 또한 얼마나 아름
다운가. 시간의 칼날은 시작의 푸른 힘줄 대신 권태의 실, 죽음의 실을 짠다. 죽음을 거부
할 수 없지만, 처음처럼 늘 다시 튀어 오르는 생은 삶/죽음의 경계를 지운다.
그 혼종성(混種性)이 우리 삶의 두께이고 깊이이다. 그러므로 의연하게 살고 싶은 자들이
여, 늘 다시 태어나자. 우리는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헤밍웨이). 강형철 시집
『환생』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