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쪽 -정병근-
꽃이 피는 건, 어딘가에 그만큼 꽃이 안 핀다는 말
환하게 눈 밝히는 것들의 꽁무늬마다 안 보이는 암흑의 심지가 타고 있다는 말
어째서 꽃은 저토록 피고 나무들은 내 쪽으로만 몸 밀어내는지
존재의 배꼽을 따라가면 거기 또 다른 존재 아닌 존재가 텅 비어 있다는 말
들리는 것만 듣고 보이는 것만 보는 나는 불치의 귀와 눈을 가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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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1962~ )경북 경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계간 <불교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현대시학>에 ‘옻나무’ 외 9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오래전에 죽은 적이 있다』『번개를 치다』
암흑과 빛, 최초 암흑에서 빛이 태어났고 빛이 어둠을 낳았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의 사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양면성을 갖는다. 누가 모르랴? 삶은 필연적으로 죽음으로 끝난다는 을,
그러나 삶이 발생하면서 죽음을 ‘선취’했다는 것을 기꺼이 잊고자 한다.
오늘 핀 꽃과 환하게 밝힌 등불, 사랑스러운 배꼽을 주무하기에 바쁘다. 그것은 미덕이되 중
독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건강한 삶이 하루하루, 매일매일을 새로 시작하는 견고한 습관이
어야 한다. 자, 오늘은 꽃을 통해 꽃의 결여를 생각해보면 어떤가.
<백인덕·시인> joins.com/2015.10.24
<새집필진>
▶백인덕=1964년 서울에서 출생 한양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한양대 국문과 강사. 한양여전 문예창작과 강사 웹 매거진 『시단』편집위원. 2001년 첫 시집 『끝을 찾아서』펴냄
http://blog.daum.net/kdm2141/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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