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이태원
나의 솔개
◆박호민◆
너 이놈, 아직도 멀었다
느닷없는 호통소리에 놀라 하늘을 보니
거기, 여전히 솔개 한 마리 날고 있었네
(…)
두려움 없이 길을 열고
어둔 벌판을 두 동강이치듯 날아가던 솔개여
아아, 지금도 내 가슴에 살아있는 떨림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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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민=(1958~ ) 전남 고흥 출생
광주상고를 나와 한 때 은행원으로 근무
군복무를 마치고 늦깎이로 단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함
1989년 <민족문학> 등에 처음으로 詩를 발표함
이후 잡지, 출판, 행상, 목수, 프리랜서 등을 전전함
현재는 귀향하여 틈틈이 詩를 쓰고 있음
시집으로 <돌아가는 봄길> 등
나이를 먹으면서 잃는 것 중 하나는 정신적 어른들로부터의 “호통”이다. 어느 날 보니 하늘
같던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시고 없다. 외롭다. 이정표가 사라졌다. 산 같은 어른들의 숲 속
에 있는 어린이는 얼마나 안전한가.
호통은 늘 보호와 함께하기 때문에 아프지만 따뜻하다. 호통을 잃은 시인은 마음속의 솔개
를 품고 산다. 저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너 이놈, 아직도 멀었다”고 야단치는 솔
개를 가슴에 품은 자여, 그대 아직 외롭지 않다. 박호민 시집 『들개와 솔개』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