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어두운 밤이면
나는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별들이 달에게로
물 마시러 올 때,
(…)
이 안개가 걷히면
어떤 다른 사랑이 나를 기다릴까?
그 사랑은 순수하고 조용할까?
아, 나의 이 손가락들이 달의
꽃잎을 떨어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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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a Garcia Lorca, 1898-1936)
1898년 스페인 그라나다 부근의 푸엔테바게로스에서 태어났다.
스물 두 살 때 『시집』을 발표한 뒤 시와 희곡 등의 문학은 물론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예술 전반에 걸친 다양한 활동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36년 스페인 내란이 발생한 직후 민족주의자
들에게 암살당했다. 시집으로 『깊은 노래의 시』, 『집시 민요집』,
『익나시오산체스 메히아스를 애도하는 노래』, 희곡 『피의 결혼식』,
『예르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등이 있다.
1898~1936년이라는 그의 생몰기(生沒記)는 양차 세계대전의 비극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만 38세에 스페인의 프랑코 치하에서 극우파 민족주의자들에게 누명을 쓰고 총살되었다.
이 시는 그의 나이 스물한 살(1919년)에 쓴 것이다.
그는 이렇듯 평생 사랑을 구했으나 역사의 ‘안개’가 그를 오해했던 것이다. ‘순수하고 조용’
한 사랑은 늘 ‘꽃잎’에 가려 있다. 얼마나 좋을까. 이 꽃잎들을 ‘떨어낼 수만 있다면’ 그리하
여 ‘별들이 달에게로/ 물 마시러 올 때’ ‘너의 이름을 불러’볼 수 있다면.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