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경難境 읽는 밤·2
◆백인덕◆
새벽, 헛기침에
괜시리 덧창을 연다.
겨우 산맥 하나를 넘었다.
(…)
어려워라,
목숨이여, 시여,
손끝에는 밤새 더듬은 돌멩이와 풀뿌리,
길 아닌 것들의 실핏줄이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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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덕=1964년 서울에서 출생
한양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한양대 국문과 강사. 한양여전 문예창작과 강사
웹 매거진 『시단』편집위원.
2001년 첫 시집 『끝을 찾아서』펴냄
생은 늘 산 넘어 산, 바다 건너 바다이다. 누구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산을 옮길 힘이 없다. 그냥 넘어갈 뿐. “겨우 산맥 하나를” 넘어가는데도 “손끝에
는 밤새 더듬은 돌멩이와 풀뿌리”가 걸려 있다.
게다가 넘어온 길이 “길 아닌 것들”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잊은 듯 지내다가도 이 ‘어려운
경지(난경)’가 사실은 삶의 민낯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그것을 읽는 자세가 문제가 된다.
어려운 현실을 어렵다고 읽는 것, “어려워라,/ 목숨이여, 시여”라고 고백하는 것을 우리는
‘정공법’이라 부른다. 위장(僞裝)의 정치보다 시가 한 수 위인 이유이다. 백인덕 시집 『단
단斷斷함에 대하여』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