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漁夫)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老人)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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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1921~1984)평양의 광성보통학교 졸업,
일본 도요시마상업학교 졸업6.25전쟁 때 대구에서 시
<원정(園丁)><돌각담>등을 발표하여 등단
시집 <1969년 십이음계(十二音階)><1977년 시인학교>
<1979년 북치는 소년><1983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 흔한 문학상도 별로 받지 못했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김종삼은 수많은 시인들로
부터 오래도록 ‘내밀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순수하고 소박하고 맑고 따뜻하다. 바닷가
에 매어진 채 외로이 출렁이는 작은 배 한 척의 풍경이 그대로 김종삼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풍경에는 삶의 난제(難題)와 희망이 고즈넉하게 들어가 있다.
존재를 송두리째 뒤집어엎는 “풍랑”도 날을 세우지 않고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머얼리 노
를 저어” 나가겠다는 포부도 요란하지 않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생각도
허풍스럽지 않다. 그러니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는 중얼거림은 얼마나 따뜻하고 아
늑한가.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