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미풍
◆스테판 말라르메◆
오! 육체는 슬퍼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노라.
떠나 버리자, 저 멀리 떠나 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눈매에 비친 해묵은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닷물에 적신 내 마음을 잡아 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두지 못하리,
흰빛이 지켜주는 백지, 그 위에 쏟아지는
황폐한 밝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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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말라르메=(1841~1898) (Stephane Mallarme )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와 더불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단을 주도했다. 시인의 인상과 시적 언어 고유의 상징에
주목한 상징주의의 창시자로 간주된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출신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갈가마귀》를 불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당대 파리의 문인들을 비롯 인상주의 화가들과 활발히 교류했으며,
폴 발레리, 앙드레 지드, 폴 클로델 등 20세기 전반 프랑스 문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표 시집으로는 《목신의 오후 (L'apres-midi d'un
faune)》(1877), 《주사위 던지기 (Un coup de des)》(1897) 등
육체는 존재의 집이고 감옥이다. 육체는 자주 영혼을 배반한다. 그래서 육체는 슬프다. 지
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우리는 완성되지 않는다. 유한성을 인정하는 그때, 시인
은 ‘탈주(脫走)’의 목소리를 듣는다. “떠나 버리자,” 죽음 같은 밤도, 메워야할 원고지도 시
인을 잡지 못한다.
지성은 오로지 “황폐한 밝음”일 뿐. 그래서 시인은 새가 되어 먼 바다로 떠나길 원한다. 그
러나 “낯선 거품과 하늘”에 취해도 육체가 있어 시인을 잡을 것이다. 우리는 육체의 감옥에
서 자유를 꿈꾸는 자이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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