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라
◆윤한로◆
밥하고
똥치고
빨래하던 손으로
기도한다
기도하던 손으로
밥하고
빨래하고
전기도 고친다
애오라지
짧고 뭉툭할 뿐인
미카엘라의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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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1956∼ ) 충북 영동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1년《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분교마을의 봄」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미카엘라는 천주교의 대천사 중 하나인 미카엘이 여성화된 이름이다. 그러나 이 시 속의 미
카엘라는 밥하고 기도하고 똥치고 빨래하는, 아마도 ‘천사 같은 사람’이다. 손에는 삶의 역
사가 기록된다. 손은 노동과 사랑과 죄와 기도가 공존하는 몸의 유일한 부위이다. 늙은 손을
보면 그 손이 거쳐 온 애욕(愛慾)과 통증의 역사가 보여서 짠하다.
“애오라지”(오로지) “짧고 뭉툭할 뿐인” 미카엘라는 어떤 생애를 거쳐 왔을까. 그녀는 왜 천
사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사용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때, 우리는 그의 전(全) 생
애를 잡는 것이다. 하나의 전 생애가 또 하나의 전 생애를 잡을 때, 위로와 용서와 화해가 생
겨난다. 윤한로 시집 『메추라기 사랑 노래』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joins.com/201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