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데없는 삶의 흔적
◆소동파◆
사람의 인생이 무엇과 같은가
녹는 눈 위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 같네
우연히 눈 위에 발자국은 남겼지만
기러기 날아가면 어찌 동서를 알리
노승은 이미 죽어 새로 탑이 섰고
무너진 벽에는 옛 글귀 찾아볼 길 없네
지난날 험난했던 길을
아직도 생각하는가
길은 멀고 사람은 지치고
당나귀 절름거리며 그리도 울던 때를
-소동파作 <옛일을 회고하며>
---------------------------------------------------------------
▶소동파=(蘇東坡, 1036~1101)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였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현 쓰촨 성 미산(眉山)현에서 태어났다. 시(詩),사(詞),
부(賦),산문(散文) 등 모두에 능해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
으로 손꼽혔다.
눈 위에 찍힌 새의 발자국을 본 적이 있다. 새가 머물렀던 건 분명하지만, 그 새가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발자국만 남겨놓은 새처럼 정처없이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인생
인지도 모른다. 재능이 승하면 팔자가 세다고 했던가.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었던 소동파
는 순탄치 못한 생을 살았다.
그는 유배지에서 불교와 유교, 도교를 넘나드는 독특한 시세계를 펼쳐 보였다. 그의 시는
호방함과 허무 사이의 묘한 미학을 전해준다. 파란 많았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그는 '기
러기 날아가면 어찌 동서를 알겠느냐'고 노래한다. 새의 발자국을 보며 그 새가 어디로 날
아갔는지를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초탈한 자의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