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 위에 집짓기 1
◆이희철◆
창가에 화분을 두고
조 선생이 *"물 줬데이", 그런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죽어버린 나무,
버리려다 물을 주어 다시 잎을 틔운 나무,
어디서 흘러온 것인지 모른다,
이름도 모른다.
물 안 주어 죽어간 나무라
서로가 물을 너무 자주 줄까
마음이 쓰여 가끔씩 던지는 말,
*'와 그리 좋을까'. 볼품도 없이,
연두의 잎들이 붙들고 있는 숨 줄기,
저 고요한 창가의 격렬함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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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철=199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물방울에 길을 묻다'. 시작업 이후 동인.
부산 민족작가회의 회원 부산 시인협회 회원
<시 작업 이후> 동인 부산 정보고등학교 재직
<시작 노트>
형식은 의미를 규정한다는 말이 행갈이를 하지 않고 이 시를 쓰고 난 후의 소감이다. 시라는
것이 거창한 것도 아니라서, 거창하게 폼 잡으면 거짓이 많이 들어가는 듯해서 볼품도 없이
시작(詩作)을 하자는 게 요즘의 생각이다.
*"물 줬데이"를 "물 주었다"로, *'와 그리 좋을까'를 '왜 그렇게 좋을까'로 고치면 맛이 없듯,
하도 걸림이 많은 세상에 흐르는 물 위에 집 짓듯 순간, 순간을 영원으로 살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kookje.co.kr/201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