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수시로 꺼내보는 사진첩 같은
온전히 내게 주어진 시간
허공으로 풀어지는 바람처럼
쉽게 빠져나가
추억이나 기억은 조금씩
멀어져 가는 풍경으로 두고
길바닥에 주저앉은 햇살 한 움큼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찰나에 흩어지는 저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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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엽=(1954~ )경남 남해 출생.1991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아주 먼 혹은 까마득한][도회에서 띄우는 편지](1992)
[길은 멀지만 닿을 곳이 있다](1999),[가고 없는 사람아](2001)
[비문을 읽다](2008)김민부문학제 운영위원,화전문학회 부회장.
<시작 노트>
하루를 '살아낸다'고 말하면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경이롭다고 생각하
면서도 인간의 일상도 그런 설렘을 얹어놓고 사는 세월이어야 한다는 걸 이제사 알아간다.
나이에 숫자가 더해질 때마다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가고자 하는 건 욕심이 아닐 터. 화려
하게 펼쳐진 가을단풍은 덧없지 않다.
kookje.co.kr/20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