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칸테
◆자크 프레베르◆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
양탄자 위에 너의 옷
내 침대 속에 너
지금의 부드러운 현재
밤의 신선함
내 삶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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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프레베르=(1900~1977) 프랑스의 시인
시, 희곡, 노랫말, 시나리오 등을 썼다. 자기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가지고, 사조나 학파와 거리가 먼 시를 많이 썼다.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
1977년 4월 11일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알리칸테는 스페인 남동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휴양도시이다. 이 시는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 찬 알리칸테에서의 한 순간을 마치 정물화처럼 정지시켜놓고 있다. 지중해
연안의 호텔에서 지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맨몸으로 한 침대 속에 있으니, 이런 “현
재”는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가. 그러나 알리칸테는 스페인 내란(1936~39년)으로 만신
창이가 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싸움과 경쟁과 우울과 고통의 생애에서, 언뜻 언뜻 찾아오는 평화와 사랑의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고대하는가. 모든 평화의 순간은 소음(騷音)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귀
하다. 그것과 만날 때, 우리는 그것을 영원의 순간으로 고정시키고 싶어 한다. 그 정물화가
바로 이 시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