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방, 허벅지에 꽃 피었소!
눈 흘기는
아즈방 두 볼에
배시시
부끄러운 꽃물이
든다
--------------------------------------------------------------
▶고 영=(1966~ ) 경기 안양 출생.
200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가 있음.
2004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받음.
“장밋빛 뺨과 입술은 시간의 칼날 아래 있지만 시간의 노리개가 아니다.”(셰익스피어) 육체
는 시간 앞에 결국 쓰러지지만, 시간의 묘비가 되기 전까지는 삶의 연료(동력)이다. 그래서
물동이, 허벅지, 유채꽃잎이 범벅이 된 “아즈방”(아주머니)의 모습은 그 자체 생명의 경이로
운 분출이다.
게다가 푸른 “성산포”라니. 허벅지에 핀 꽃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에 대해 “눈 흘기는” 시
선 사이에 세계의 모든 사랑이 존재한다. 그 사랑은 때로 상처를 부르고 때로 희열을 부른다.
그러나 두 시선이 마주치는 최초의 순간만은 모든 혐의에서 자유롭다. 오직 사랑만 존재하
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