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새벽부터
논배미가 시끄럽다
아내가 곁두리 이고 왔다
어 각시 배가 좀 불렀네 히히
무시근 수줍다 할까
품과 품다의 사이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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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1943~ )(金炯吾)
194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서 자람
순창농고, 성균관대학교와 미 아이오나 대학에서 배움
'시문학'으로 글마을에 올라와서
'한국문인협회'와 '미주문인협회'에 들어 있음
글모음으로 시집 '하늘에 섬이 떠서'가 있음
새벽안개 속에 “논배미”에 나가 일하는 남편과 새참을 가지고 나온 아내를 그린 풍경이다.
논배미가 새벽부터 시끄러운 것을 보니 “서른셋” 젊은 남편의 노동은 힘찬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각시”의 부른 배를 보고 “히히” 웃는 것을 보면 살맛이 나는 모양이다.
노동과 임신이라는 시니피앙에서 징벌의 시니피에를 삭제한 이 씩씩한 생의 의욕 앞에 “각
시”는 “무시근”(느리고 흐리터분하게) 수줍어한다. “품”의 명사성이 “품다”의 동사로 확장
되는 시간이 아득한 이유이다. 아주 오래전 조국을 떠난 시인이 아직도 “곁두리” “무시근”
과 같은 정겨운 모국어로 시를 쓰니, 그는 아직도 조국의 품 안에 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