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難讀症)
◆김윤환◆
박씨는 정의를 자유라고 읽었다
김씨는 정의를 민족이라고 읽었다
부씨는 정의를 힘이라고 읽었다
오씨는 정의를 질서라고 읽었다
노씨는 정의를 평화라고 읽었다
이씨는 정의를 시장이라고 읽었다
붓다는 정의를 무욕이라고 읽었다
예수는 정의를 사랑이라고 읽었다
애비는 정의를 민주주의라고 읽었다
아들은 정의를 취업이라고 읽었다
시인은 정의를 괴물이라고 읽는다
( … )
--------------------------------------------------------------
▶김윤환=(1963~ )경북 안동 출생
협성대, 同 대학원(신학석사),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문학박사)
《실천문학》등단(1989) 기독교 감리회 목사. 협성대 강사
시집『그릇에 대한 기억』사화집『창에 걸린 예수 이야기』
논저『박목월 시에 나타난 모성하나님』,『한국현대시의 종교적
상상력 연구』
볼로쉬노프(V. N. Voloshinov)에 의하면 사회적 소통의 모든 영역에 언어와 이데올로기가
개입된다. 이데올로기는 단어에 그 효과를 기록한다. “정의”라는 동일한 단어에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의 이해관계가 각인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회적 갈등은 사실상 단어(언어)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른바 말싸움인 것이
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지혜도 언어에 대한 이런 성찰에서 나온 것이다. 언
어는 해석을 기다린다. 아무렇게나 건드릴 일이 아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