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빛나는 것.
미친 듯 나는 말벌을 겁낼 건 뭐니?
저기 봐, 햇빛은 언제고 어느 구멍으로 비쳐 들어오잖아.
왜 잠을 못 잤어, 그렇게 탁자에 팔굽을 기대고?
창백한 가여운 영혼아, 이 찬 우물의 물이나마
마셔보렴. 그 다음 잠을 자. 자, 보렴. 내가 여기 있잖아.
네 낮잠의 꿈을 어루만져 주마.
요람 속에 흔들리는 아기처럼 콧노래를 부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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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베를렌=(Paul Marie Verlaine, 1844~1896)
프랑스 시인 1844에 태어나 가난과 질병, 광기에
시달리며 ‘저주받은 시인’으로 살았다. 1894년
시인의 왕이 되었고 1896년에 사망했다.
절망의 한가운데 있을 때, 세상의 “말벌”들이 우리를 미친 듯이 쏘아댈 때, 마치 길이 없는것
처럼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러나 희망은 언제고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어느 구멍”으로나
비쳐 들어온다. 희망은 무슨 폭탄처럼 강력한 울림으로 오지 않는다.
생의 빈틈으로, 상처 사이로, 마치 “천천히 물방울이 떨어지듯이”(W B 예이츠) 그렇게 온다.
믿기 어려운가. 희망은 논리가 아니라 믿음이다. “창백한 가여운 영혼”은 그 믿음이 없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