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재주 없어도
굴리는 재주 있다고
쇠똥구리 지나간 자리
길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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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1963∼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현대시학》에
시 <지하철> 외 10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서랍 속의 사막』이 있음.
현재 글발, 빈터 동인으로 활동 中.
더러운 배설물이 쇠똥구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다. 내게 없는 재주를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 세계는 이렇듯 배리(背理)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압이 새를 공중에 뜨게 하고, 무
거운 물체가 물 위에서 더 큰 부력을 얻는다. 그러니 큰 배가 덜 흔들리는 것이다.
가로막는 산이 있으니 산을 넘는다. 끝장났다고 생각할 때 새 날이 가깝다. 반대 극을 가진
자석이 쇠를 끌어당긴다. (어려운 말이지만)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다.”(바울).
배리의 담론을 경청할 때, “길 하나/ 보인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