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는 영웅이셨다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 보였고
가장 착하고 무서웠다
나는 이런 아버지가
영원할 줄 알았다
내가 커서 보니
아버지가 가끔
한없이 작아 보인다
소년원에 왔을 때
아버지께 맞아서 눈물이 났다
아파서 운 것이 아니라
너무 안 아파서 울었다
---------------------------------------------------------------
▶환
소년원을 방문해 수감된 청소년들과 시를 매개로 대화하는 시인들이 있다. 이른바 ‘시 치료’
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소년원 학생들이 시를 쓰기 시작했고, 그것을 모아 최근에 『
씨앗을 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나왔다. 위 시는 ‘환’이라는 별명의 한 소년이
쓴 시다. 그는 “소년원에 왔을 때” 아버지에게 맞아서 눈물이 났는데, “아파서 운 것이 아니
라/너무 안 아파서 울었다”고 한다.
소년은 이제 아프게 때릴 힘조차 없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 때문에 운다. 이 시집에 실린 시
의 거의 대부분이 놀랍게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상처도 용서도 사랑도 모두 가족 관계에
서 시작된다. 가정을 지상의 천국으로 만드는 일은 정언 명령이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