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엄마 속에 들어갔다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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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세=(1979~ ) 충남 공주에서 출생.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년 제16회
《실천문학》 신인상에 Cold Bird 외 3편이 당선되어 등단
“니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 까불지 말라는 엄마에게, 자식은 “엄마 속에 들어갔다 나
왔다”는 말로 응수한다. 문제는 이런 대화가 생일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들어온 모든 생은 “엄마”라는 자궁을 경유한다.
우리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 엄마 안에 들어가 있다가 때(생일)가 되어 이 세상으로
나온 자들이다. 그러니 이 피붙이의 인연은 얼마나 큰가. 겉으로는 아웅다웅하는 것 같지만,
엄마와 자식 간의 이 대화는 혈육으로 맺어진 인연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보라, 우리는 피를 경유한 관계다. 사랑에 관한 어떤 이론도 이 관계 앞에서 다 불필요한 것
이 된다. 데리다는 “환대는 모든 법들 위에 있다”고 했다. 피붙이는 모든 율법을 넘어 오직
사랑이라는 불가피성에 갇혀 있는 존재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