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호도(湖島)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나 이제 일어나 가야겠네,
이니스프리로 가야겠네,
거기에 진흙과 욋가지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의 콩밭을 가꾸고, 꿀벌 한 통 기르며,
벌 소리 요란한 숲 속에 홀로 살리.
그러면 거기에서 얼마간 평화를 얻으리,
왜냐하면 평화는 물방울이 떨어지듯이,
아침의 장막으로부터
귀뚜라미가 우는 곳까지 천천히 오는 것이므로,
한밤엔 온통 희미하게 빛나고,
한낮엔 자줏빛으로 불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하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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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William Butler Yeats)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노벨 위원회는 "고도의 예술적인 양식으로 전체 나라의 영혼
을 표현한, 영감을 받은 시"라는 평가를 남겼다.
예술가인 잭 버틀러 예이츠의 형이며 존 버틀러 예이츠의 아들이다.
이니스프리 호도는 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호수의 섬이다. 예이츠는 1888년 복잡한 런던 시
내를 걷다가 느닷없이 이니스프리를 떠올린다. 그곳은 예이츠가 유년의 여름을 보냈던 추억
의 공간이다.
물안개에 달빛이 퍼져 “한밤엔 온통 희미하게 빛나고”, 한낮엔 자줏빛의 히스(heath) 꽃무
리가 물위에 반사되어 불타오르는 곳, “홍방울새 날개 소리”가 가득한 곳, 그곳을 어찌 잊으
리. 시인은 가슴 깊은 곳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