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처럼
◆정성환◆
손이 얼고 귀가 시려도
잡히는 뭐라도 움켜쥘 힘은 애초부터
과욕이고,
날려가지 않게 납작 엎드리며
생생한 겨울의 공포를 견디는 게
고작이었다
버티어 줄 가림막 하나 없는 곳에
태어나, 가슴에 머문
부끄러움이 노랗게 저려질 때쯤
그제사 품어 준 대지를 생각했다
나는, 아삭거리며
봄이 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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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2015년 부산가톨릭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당선작은 '존재', '낙엽', '이 나이'
이상 3편. '잡어' 동인. 현재 영산대학교
대외교류팀장, 한국대학홍보협의회 이사.
〈시작노트〉
봄동은 노지(露地)에서 월동하며 거칠게 자란다. 그 무엇도 겨울 칼바람으로부터 봄동을 보
호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어머니 같은 땅이나마 품어 안는다. 덕분에 봄동은, 비록 볼품없
이 잎이 옆으로 퍼지고 속도 꽉 차지 않은 작은 배추로 태어나지만, 정성껏 온 힘을 다해 사
람 품으로 다시 돌아온다. 달고 사각거리며 향이 있는 봄길을 여는 고귀한 것이다.
kookje.co.kr/201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