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상
◆이명우◆
오남매가 모여서
누가 어머니를 모실까, 상의하였다.
다들 모시지 않는 이유를 들이밀었다.
장례식장에 오남매가 다시 모였다.
관에 매달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구십 넘은 노모는 제 집을 찾은 양
너무나 편안하게 누워 있다.
자식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장의사가 수의를 몇 겹으로 입혀놓고
아무리 묶어도 자유로운 몸을
단단히 묶고 있다.
서로 모시겠다고
바람과 흙과 물이 대기하고 있다.
문상객들이 상주한테 말한다.
호상이군. 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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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1959년 경북 영양 출생.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13년 제1회 2400만 원 고료 암사동유적
세계유산 등재기원 문학작품 공모 대상.
〈시작노트〉
꿈속에서 수십 편 시를 썼지만 한 편도 못 썼다. 작년 10월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꿈속에서
대화하다가 시상이 떠올랐다. 고친 것은 거의 없었고 그냥 불러주는 대로 적었다. 어머니는
이런 얘기를 자주 하셨다. '내 자식들은 효자'라고. 과연 그 말이 맞을까. 다시 한 번 나를
곱씹어 본다.
kookje.co.kr/201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