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양동식◈
할머니는 평생
밥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밥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아들 생각한다
(밥이나 먹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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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식=(1944~ )순천 출생
순천사범학교와 전남대 국문과,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1989년<시문학>에 정한모 선생 추천으로 등단
시집 ‘사베댁 이야기’ ‘작은 풀잎 하나’ ‘나비’ ‘어머니’ ‘내 고향
순천’ ‘시나위’ ‘뼈아픈 소리’ ‘나는 시를 밴다’ ‘하늘’ 등의 을 발간
밥은 생명의 줄이다. 밥 먹기가 어려웠을 때 밥이 안부고 인사였다. 밥은 시작이자 끝이
었고, 모든 생명이 밥 앞에 줄을 섰다. 그 줄의 끝에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있었다. 어머니
는 생명의 수호자였고 기원이었으며, 그리하여 어린 생명을 밥 앞으로 불렀다. “아가 밥
먹어라”―이것은 생명을 호출하는 명령어였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