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 Michael Hoppe
첫사랑
◈고영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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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1968∼ )충남 서산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
시집으로 『악어』(실천문학사,2005)가 있다.
전혀 이질적인 것을 연결해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을 엘리엇(TS Eliot)은 ‘통합
된 감수성(associated sensibility)’이라고 하였다. 이 시는 엉뚱하게도 스티로폼 박스와 돌
멩이를 연결해 첫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은 흔들리고 “이리저리” 뒹구는 것들을 ‘가만히’ 눌러 중심을 잡아주는 과정이다. 바람
이 몹시 부는 “봄날”은 사랑의 불안한 상태를, “돌멩이”는 사랑의 안전한 무게중심을 지시하
는 기표다. 불안-안전의 이 팽팽한 긴장 사이에 사랑이 존재한다. 게다가 첫사랑이라니.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