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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吐)한 사과
◈조수림◈
사과가 뿌리에게 진액을 빨린다.
핏기가 가셔 파리해진 사과가
쪼그라들고 오그라들고.
쥐어짠 마지막 한 방울,
사과가 뿌리로 흡수된다.
뿌리 끝에서 진액이 팡팡 터질 때;
늙은 흙이 젊어진다.
봄비에 흘러온 하얀 종이꽃,
바람 타고 가지 끝에 올라앉을 때;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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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림=(1967∼)서울에서 출생.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
어두운 색조로 ‘플래시백(flashback)’되지만, 가만 보면 기가 막힌 ‘역발상(逆發想)’이다.
우리는 과실로서 ‘사과’을 탐닉할 뿐, 뿌리와 그의 세계인 ‘늙은 흙’에 대해서는 고마움도
모르고 안타까움도 갖지 않는다.
시가 언어인 마당에 현실 왜곡의 가능성에서 이런 발상이 열리지만, “사과가 뿌리로 흡수”
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시인은 ‘축제다’라고 탄성을 지른다. 열매와 가지와 꽃을 ‘씨앗과
흙’의 싸움까지 되돌리는 힘들고 아픈 인식적 수고가 분명하다. 이 수고는 결국 자기 근원
(根源)에 대한 엄정한 사유가 된다. 가끔 사과를 ‘토(吐)’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백인덕·시인>
joins.com/201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