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복효근◈
지독한 벌이다
이중으로 된 창문 사이에
벌 한 마리 이틀을 살고 있다
떠나온 곳도 돌아갈 곳도 눈앞에
닿을 듯 눈이 부셔서
문 속에서 문을 찾는
벌
- 당신 알아서 해
싸우다가 아내가 나가버렸을 때처럼
무슨 벌이 이리 지독할까
혼자 싸워야 하는 싸움엔 스스로가 적이다
문으로 이루어진 무문관無門關
모든 문은 관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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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1962~)전북 남원생. 아호 詩山人
1991년 「시와 시학」새를 기다리며 外 당선으로 등단.
시집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어느 대나무의 고백』
1995년「편운문학상」신인상 수상.
1997년 시와시학「젊은 시인상」수상.
시인, 20여년간 교단생활, 현 남원운봉중 교사.
벌이 벌이었구나. 꽃 아니면 앉지 않고, 꿀 아니면 마시지 않더니 문 속에서 문을 찾는 벌을
받는구나. 사람들이 소 타고 소를 찾고, 길에서 길을 묻고, 살면서 삶을 묻고, 죽으면서 죽음
을 묻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떠나온 곳도 돌아갈 곳도 눈앞에 보이는데, ‘당신 알아서 해’ 집 나간 아내처럼 신(神)이 던
져준 자유의지는 두렵기만 하구나. 이틀째 갇힌 벌을 내보내지 않는 까닭은 자신도 문과 문
사이 갇힌 슬픔 때문이구나.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yung.com/201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