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미
◈함민복◈
고작 칠일 울려고
땅속에서 칠년을 견딘다고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매미의 땅속 삶을
사람 눈으로
어둡게만 보지 말자
고작 칠십년을 살려고
우리는
없던 우리를 얼마나 살아왔던가
환한 땅속이여
환한 없음이여
긴긴 없었음의 있음 앞에
있음이라는 이 작은 파편이여
--------------------------------------------------------------
▶함민복=(1962~ )충북 중원에서 출생.
1989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성선설〉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우울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이 있고,
산문집은 『눈물은 왜 짠가』(이레)등이 있음.
빛나는 것들에겐 그보다 깊은 어둠의 날들이 있다. 푸른 새싹은 땅속에서, 꽃봉오리는 캄캄
한 제 가슴에서, 눈부신 별도 낮의 하얀 어둠에서 꺼낸 것이다. 유명배우의 긴 무명시절은
그를 빛나게 하지만, 그것은 단지 과정이 아니라 자체로 온전한 삶의 일부이다.
매미의 우화와 득음은 화려하지만 긴긴 땅속 ‘없었음의 있음’ 앞에 ‘있음이라는 작은 파편’
일 뿐이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는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한 배는 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