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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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독일어-Bertolt Brecht
20세기에 활동한 독일의 극작가, 시인, 그리고 연출가다.
주로 사회주의적인 작품을 연출했으며,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연극연출에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표현주의를 거친 신즉물주
의적(新卽物主義的) 스타일로, 현실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풍자를 극화한 니힐리스트. 후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강한 것이 부끄럽다면, ‘강함’ 안에 어떤 혐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고귀한 자가 뻔
뻔스러운 파괴자가 될 수도 있어서 위험”(니체)한 것처럼, 때로 잘 먹고 잘사는 것이 혐의
일 수도 있다.
강한 자들이 국가를 건설하고, 강한 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며, 강한 자들이 권력을 나누어 갖
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약함 자체가 악이 아닌 것처럼, 살아남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브레히트의 시선은 정글의 이면을 향해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