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Marlboro)에게
◈이두의◈
한 모금 연기 속에 이름이 아파올 때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이라도
말보로,
내 곁에 있어줘
다 지우고 사라지게
기울어진 어깨 너머 흩어지는 시간들과
마음의 결빙 속을 흐르는 눈물이야
말보로,
빠른 속도로
숨어들어 가지는 마
망각의 항생제를 가끔씩 덧발라도
새살이 돋지 않던 그 남자의 그 여자가
말보로,
방백의 대사를
너를 위해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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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의(1962~ )일본 산능대학 경영정보학과
2011년 시조시학 등단 2009년 독서신문 신인문학상
2011년 한국문인협회 해남지부 주최 전국시조 백일장 대상
2014년 한국문인협회 주최 시낭송대회 대상
말보로의 사연은 휴가철 후문이던 풋사랑들과 묘하게 어울린다. 사연의 진위와 상관없이
말보로 분위기와 휴가철의 일탈 같은 게 겹치기 때문이겠다. 그래선지 조금 가볍게 취한
말투가 오히려 센티멘털리즘의 담배 연기 모양 파고드는 맛을 지닌다. 벗어남과 어긋남의
경계를 타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이라도' 곁에 있어 달라면 누구나 끄덕일까. '마음의 결빙 속
을 흐르는 눈물'이라면 한 개비의 연기쯤 같이 마셔줄 수 있을까. 그러나 '망각의 항생제'를
발라도 새살이 돋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안고 갈 수밖에 없겠다. 한때 자유와 반항 등의 날
개를 달았던 흡연 이미지가 이제는 모자이크 처리 대상이라 방백이 더 길게 돌아 뵌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