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명자꽃
◈이외현◈
쥐똥나무 울타리 밑에 명자가 숨죽이고
서 있네.
개불알풀 고개 들어 노을빛 명자와
눈을 맞추네.
더부살이 골방처녀 늘어진 어깨가
속울음 우네.
명자 눈물방울이 개불알풀 초록 심장을
뒤흔드네.
개불알풀 괴발개발 쓴 연서,
명자 붉게 꽃물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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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본명 이현미)전남 진도 출생
△《리토피아》 등단(2012)
△《아라문학》 편집장. 막비시 동인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
△현재 인천 부평에 있는 산곡북초에서
교육복지사로 활동
처서 지나 백로 앞에 가을 같은 가을이 왔다. ‘명자’, 동네 흔하디 흔한 누이 이름인 줄 알았
는데, 봄꽃 중에서 가장 붉지만 자태(姿態)가 수수해 ‘아가씨 나무’라 불린단다. 염천 지났으
니, 어느 집 울타리마다 녹황색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으리라. 춘정만 ‘흥(興)’이랴, 열매
되짚어 이 가을에도 가슴 뜨거워지고 싶다. 뜨거워도 지난 폭염만 같지 말아라.
<백인덕·시인>
joins.com/201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