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꽃
◈박무웅◈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봉황천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흰 불꽃
나는 그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한
흰 꽃 무리의 지주(地主)가 좋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마음껏 꽃 세상을 만들어내던 개망초꽃
있어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다가오지 않던
그 꽃, 개망초꽃
(…)
거기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에
비로소
보이는 그 꽃
내 안을 밝히는 그 꽃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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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1944~ )충남 금산 출생
1995년 『심상』등단 시집 『내 마음의 UFO』,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외
화성예총 회장, 제부도 바다시인학교 공동 교장
현 계간 『시와표현』발행인 겸 편집인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는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남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
는 것의 깊이다”고 말했다. 내 안의 “흰 불꽃”은 안 보일 때 그 깊이를 보여주고, 보일 때 안
보이던 것을 드러내준다. 내가 볼 때 “비로소 꽃”이 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