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변 돌비석
◈박광배◈
지겹고 지겨운 전역 열흘 전
진지투입 나가서 우연히 보았네
박힌 탄환에선 녹물이 스며 나오고
찢겨지고 부스러진 채
비스듬히 모로 선 모습
누구였을까
막다른 비석에 몸을 숨겨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에
벌집으로 죽어갔을
바로 그 모습으로 강가 야산 양지녘
버려진 무덤의 돌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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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배=(1959~ ) 충남 서천 출생
1984 <<실천문학 신작시집>>에 시 <횡계에서>등을 발표
하며 등단 시집『나는 둥그런 게 좋다』 시선집 [시여 무기여]
나의 난독증은 3행의 “녹물”을 “눈물”로 읽는다. 모든 전쟁은 추악하다. 우리는 전후 60여
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탄환”의 공포가 남아 있는 공간에 살고 있다. 모든 전쟁은 악이므로
외교의 기본은 전쟁 방지, 평화 유지가 돼야 한다. “지겹고 지겨운” 냉전의 논리가 사라지
고 한반도에 평화와 사랑의 물결이 넘실거릴 때를 기다린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