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우체국으로 보내는 편지
◈최도선◈
오늘은 나붓나붓 눈이 온다고 편지를 쓰리
멧새가 쫑쫑 언 땅을 쪼다갔노라고 쓰리
꽁꽁 언 논 위에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이 있다고도 쓰리라
붉은 동백꽃은 산호색보다 더 예쁘다고도 써서
남태평양 바누아투 섬 가까운
산호해에 있는 수중 우체국으로
앵두 빛 글자 또박또박 적어 보내리
(…)
시베리아에서 살다 온
순천만 흑두루미가
잠시 다녀가도 좋겠냐고 묻고 오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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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선=(1949~)춘천 출생
1987년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으로 등단
시집<겨울기억> <서른아홉 나연 씨>가 있다.
“나붓나붓” 눈 내리는 곳에서 남태평양 섬의 수중 우체국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시의 피뢰침
에서 열대와 한대(寒帶)가 마주칩니다. “쫑쫑 언 땅”이 “산호해”를 만납니다. 시는 이게“ 경
계를 넘어 간극을 메웁니다.”(레슬리 피들러)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