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한 마리
◈강우식◈
어디서 인연이 닿았는지
부두에서 만난
뒷짐 진 스님의 손에는
생선 한 마리가 쥐어져 있었다.
죄가 업이라면
아예 줍지를 말지.
부라퀴같이 움키고는
왜 뒤로 감추는 걸까.
(…)
시정 바닥의 비린내
죄 있어 사는 스님이구나.
죄 없으면
어이 도를 닦을 수 있으랴.
오늘 스님은 생선 한 마리 들고
온몸을 던져
죄의 바다로 나가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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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1941~ )강원도 주문진 출생,
호 水兄, 老平, 果山/65년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66년 《현대문학》지로등단
시집『사행시초』『고려의 눈보라』『벌거숭이 방문』『물의
혼』,『바보산수』『설 연집』 시론집 『절망과 구원의 시학』
현대문학상 수상,한국시인협회상 수상
한국펜클럽 문학상 시 부문 수상 성균문학상 수상
월탄문학상 수상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누구나 마음의 “뒷짐”에 “생선 한 마리”씩 가지고 있지. 죄, 부끄러움 혹은 치욕의
기표(記標)들. 그것들은 마치 거울처럼 우리를 되비추네. 벗어나야 할 것이 있으니
가야 할 곳도 있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