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chi Tzikha(밤은 고요하다) .. Svetlana
가슴에 찍힌 사진
◈신대철◈
삼각대 받쳐 놓고 새를 기다린다
망원렌즈 안으로 흰 구름 모이다 가고
갈대들 휘어져 들어왔다 나간다
갯벌 물골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는 수평선.
빙빙 돌아 뭍으로 돌아오던 새들은
군무를 멈추고 황홀히 떠 있다.
나는 숨 돌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찢어진 구름과 바람소리
빠져나가지 못한 갈대 꽃잎만 잡혀도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
詩 스친 사진 속에는 이따금
별똥별을 기다리는 소년이 드나든다
-신대철 作 <사진 한 장>
---------------------------------------------------------------
▶신대철=(1945년~)[申大澈]충남 홍성에서 출생
1968년 「강설(降雪)의 아침에서 해빙(解氷)의 저녁까지」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단에 등장했다.
시집으로 『무인도를 위하여』 등이 있다. (자연친화적인 시인)
제4회 백석문학상(2002)을 수상했다. 현재 국민대 교수로 재직중
■노을이 내리는 넓은 갯벌을 바라다 본 일이 있는가? 그 갯가에 서서 철새들의 군무를 바
라보며 떠나간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적막한 광경을 가슴
에 담아온 적이 있는가?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 같다. 바다와 철
새와 나. 이 세 주인공들이 연출한 장면은 거대한 의식처럼 숙연하다.
시인은 이 장면을 두고 말한다.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이라고. 정결하고 허무하고 아름
답다. 이번 주말쯤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을 찾아 바닷가에 나가 볼 일이다.
[허연 문화부장(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