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사람
◈송재학◈
편지는
자기를 완전히 적시는 비,
자기중심적인 절망,
자기중심적인 기쁨에 넘쳐서
머리맡 백열등은 내내 환하고
늦게 듣는 음악으로 눈 쌓인다
불을 거쳐 온
한 줄기 겨울 강 지켜보면
불안의 물이끼,
불면의 고기떼 모여 있고
오래 김형의 풍경 일부가 떠내려왔다
밤 동안 얼음 꺼지는 소리
늦은 한탄 따위로 목젖 붓고
새벽이면 강의 물소리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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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1955~ )경북 영천 출생.
1986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얼굴』및
산문집『풍경의 비밀』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대구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아주 오래전에 ‘타인의 운명에 자기를 덧대기’라고 쓴 적이 있다. 이 작품을 여러 번 읽고 난
후였다. 시를 보는 눈이 밝지 못했을 때였다. ‘교직(交織)’이라고 고쳐 쓰지만, 이 또한 두렵
기는 마찬가지다.
어쩌면 ‘타자에 대한 절실한 감정이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늦은 한탄 따위로 목젖
붓”는 날들이 늘어간다. 우리의 시간이란 결국 ‘여기-지금’뿐이므로 ‘자기중심적’이라는 비
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쓰리다. 언제나 문제는 ‘나-너’ ‘주체-
타 자’이구나.
<백인덕·시인>
joins.com/2016.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