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공
◈에밀리 디킨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성공은 가장 달콤한 것이다.
꽃의 꿀맛을 알려면
가장 쓰라린 결핍이 필요하다.
오늘 승리의 깃발을 든
홍포(紅布) 옷을 입은 주인공들은 아무도
승리의 의미를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다
자신의 금지된 귀에
멀리서 울려 퍼지는 승리의 가락이
고통스럽고도 분명하게 부서짐을 느끼는
죽어가는 패배자만큼은!
--------------------------------------------------------------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미국의 여성 시인. 매사추세츠 주 에머스트의 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나
일생 동안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지냈다. 에머스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마운트 홀리요크 신학대학에 입학하였으나 1년 만에 중퇴하고 시쓰는 일에
전념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처자가 있는 목사와의 사랑이 실연으로
끝나자 그녀의 시적 재능은 둑을 터뜨린 봇물처럼 넘쳐흘렀다.
패자가 승리의 소중함을 가장 잘 알고, 쓴맛을 겪은 자가 꿀맛의 진가를 안다. 세계가 문제
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다. 세계는 여여(如如)하나 인간의 지각은 역설과 배리(背理)로 가득
차 있다. 여여한 세계를 여여하게 만나는 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