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한 안녕
◈최오균◈
어릴 적 까치에게 헌 이 주고 얻은 새 이
삼시 세 끼 울력했지, 절구처럼 맷돌처럼
뼈 없는 맹물이라도
곱씹어서 바쳤지.
뿌리째 뽑힌 네가 은쟁반에 모로 누워
물끄러미 바라보니 코허리가 시큰하다
떠나는 네게 할 말이
안녕! 이뿐이라니…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 물러난 그 자리에
내로라하는 후보 중 임플란트 앉혀본다
숫보기 신병어금니
안녕? 잘 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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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오균=(1944~ )경기화성출생.
1998년 시조문학 천료 등단
2006년 시집 '산, 먼동 흔드는'출간
오늘의 시조회의회원, 연대동인.
헌 이는 왜 까치에게 줄까. 지붕에 던져둔 이의 행방이 늘 궁금했다. 새 이가 나면 가맣게
잊고 혀끝으로 새것만 간질였다. 그렇게 들인 성치(成齒)는 평생 함께할 반려 이상의 반려.
하지만 귀하던 영구치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으로 빼게 된다. 옥구슬 모양 은쟁반에 누
워 있어도 곧 버려질 운명에 안녕이나 시큰하게 뇌어줄 뿐.
발치는 예나 지금이나 무섭고 싫다. 그렇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도 옛말, 노후가 길어
거개가 임플란트로 보수하며 산다. '숫보기 신병어금니'와 친해야 조금이나마 편해지니 모
쪼록 서로 잘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순망치한(脣亡齒寒) 같은 조락(凋落)의 뒤끝이
긴 탓인지, 도처가 시큰시큰 대책 없이 허탈하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