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을 향하여
◈이옥진◈
은행잎이 걸어간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은행잎이 야위어간다 유화에서 수채화로
제 갈 곳 아는 것들은 투명을 향해 간다
어머니 걸어가신다 검정에서 하양으로
어머니 날개 펴신다 소설에서 서정시로
먼 그 곳 가까울수록 어머니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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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진=(1955~ ) 경남 통영 출생
2004년 부산시조 신인상으로 등단
시조집 '먼나무 숲으로' 부산시조시인협회,
나래시조문학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부산여류시조, 부산크리스찬문학회원, <시조사랑>
동인 수영초등학교 교사
단풍 참 잘 타네, 했는데 어느새 진다. 서둘러 물든 잎은 앞서 떠나게 마련. 산하의 색깔을
바꾸던 단풍도 '초록에서 노랑으로' 혹은 빨강으로 진다. '제 갈 곳 아는 것들'답게 '투명을
향해' 길을 뜨는 것이다. 그렇게 여위는 은행잎을 '유화에서 수채화로' 읽으니 색감에 채도
며 명도 모두가 절묘하게 가슴을 친다.
사람도 그처럼 '검정에서 하양으로' 맑아져 간다. 투명한 가벼움이야말로 마지막에 이르는
모습이니 우리 생(生)도 '소설에서 서정시로' 가는 것. 줄이고 버리고 남길 것만 남아서 닿
을 '먼 그 곳'. 턱없이 가벼워진 어머니를 안아본 사람은 가벼움의 아픈 무게를 안다. 가벼
움을 얻기까지의 무거웠던 세월을….
강아지풀도 가볍게 몸을 말리는 때. 쓸데없이 무거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아닌지 돌아본
다. 탐욕이 화를 부르고 더 큰 화로 폭발하는 때이므로.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