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의 열원
◈조종현◈
5
구름도 머흘어라 저도 동동 못 뜨는가
맑은 한강인들 굽이쳐 흐르겠나
들볶인 겨레 숨소리 삼각산도 목을 놓고
6
연화 극락도 내사 정말 못 가겠다
더구나 요단강을 내가 건널 턱이 있나
티끌에 싸이고 싸여 이 겨레와 같이하리
7
눈보라 비바람에 알몸이 드러나고
서릿발 동부새에 뼈마디가 갈리어도
조국의 이 한복판을 이 겨레와 지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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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현=[趙宗玄/1906~1989] 전라남도 고흥 출생
대한민국의 불교 승려, 시인, 시조 시인. 본명 조용제(趙龍濟).
본관 함안(咸安). 호 철운(鐵雲), 벽로(碧路), 예암산인(猊巖山人),
여시산방(如是山房). 법명 종현(宗玄). 시집으로 『자정의 지구』,
『의상대 해돋이』, 『거 누가 날 찾아』, 『나그네 길』
前 강원도 원주불교연구원장.
조국의 이 한복판을 이 겨레와 지키리'라는 뜨거운 다짐. 파고다만 아니라 광화문광장에 모
인 촛불도 이러했을 것이다. 그런 열원(熱願)으로 유모차를 끌고 지팡이를 짚고 책가방을
던지고 나와 외쳤으리라. 시인(조정래 작가 부친)이 승려이면서 시대적 열망 앞에 결연해지
는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돌아보면 '맑은 한강'이 굽이치게 하기는커녕 꽉 틀어막는 세월을 자주 겪었다. 그럴 때마다
'들볶인 겨레 숨소리'에 '삼각산도 목을 놓고'는 했던가. 핏물이 끼지 않을 수 없는 게 역사라
지만 우리 현대사는 민중의 피로 유독 자주 붉었던 것 같다. 하지만 '티끌에 싸이고 싸'일지
라도 함께할 손들이 여전히 뜨겁다. 더 푸르게 굽이칠 한강을 온몸으로 깨워 일으킬 듯!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