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 Michael Hoppe
두 개의 입술
◈조 원◈
바람이 나무에게 말하고 싶을 때
나무가 바람에게 말하고 싶을 때
서로의 입술을 포갠다
바람은 푸르고 멍든 잎사귀에 혀를 들이밀고
침 발라 새긴 말들을 핥아준다
때로는 울음도 문장이다
바람의 눈물을 받아 적느라
나무는 가지를 뻗어 하늘 맨 첫 장부터
마침표까지 숨죽여 찍는다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건
상대의 혀를 움직여주는 것
소통은 바람과 나무가
한결 후련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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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1968~ )경남 창녕 출생
동의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
2009년《부산일보》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현재<잡어> 동인 부산 시울림 시낭송회, 부산작가회
의 회원으로 활동
몸은 대상이 ‘의식’되고 지각되는 통로다. “몸은 응결된 또는 일반화된 실존이며, 실존은 끊
임없는 육화이기 때문이다.”(모리스 메를로-퐁티) 마음은 몸을 통해 실현되고, 마음의 문장
은 몸을 거쳐 완성된다.
바람은 나무의 “멍든 잎사귀”와 “눈물”을 받아 적기 위해 입술을 내민다. 말귀를 알아듣는
다는 것, 소통한다는 것은 몸을 움직여 상대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후련
해지는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