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많은 옷
◈조현석◈
주머니를 뒤집어도 주머니가 생긴다 불룩한 주머니와 홀쭉한 주머니의 차이는 오른손잡이인가 왼손잡이인가다, 가끔 예외일 때도 있지만 누구는 주머니를 쓰레기 무덤이라고
발행인을 겸임하고 있다. 온기가 사라진 주머니는 공동묘지다 숨쉬는 것이 없다 바람도 통하지 않는다 안과 밖을 바꾸어도 그 주머니가 그 주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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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1963~ ) 서울 출생.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체류자><울다, 염소> 현재 도서출판 <북인> 대표와 소설 전문 계간지 <소설문학> 발행인을 겸임하고 있다.
내 안에 주머니가 얼마나 많은가. 주머니는 욕구와 욕망의 화로(火爐)다. 그것은 영원히 채
워지지 않는 소멸의 구덩이다. 그것은 다양한 외피를 가지고 있는, 존재의 “공동묘지”다.
그 안에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집어넣었으며 숨겼는가. 돌아와 보면 집어넣은 모든 것이 사
라져 있다. 나는 내 욕망의 막대기를 그 구덩이에 다시 집어넣을 것이다. 그곳은 다시, 또 텅
빌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22
http://blog.daum.net/kdm2141/6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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