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이동화◈
몸도 허공에서는 길이 되는구나
추운 날 맨살의 몸뚱어리
어디로 가닿으려는가
하늘 위 저리도 앙상한 감나무 가지의 길들
푸른 이파리들을 키워내던 생의 한때를 지나
바람을 힘껏 움켜쥐고 좀 더 멀리
가지들은 다음 생인 봄으로 건너가고 있다
그 고단한 몸짓 사이로
감꽃을 기억하는 열매 하나가 붉다,
단단한 목숨처럼
홀로
허공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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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1968~ )전남 강진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시집
『밤마다 별을 키운다』가 있다.
하늘에 길을 내는 나무도 때가 되면 이파리를 다 떨구고 기다릴 줄 안다. 다음 생에 다시
푸른 길을 낼 것을 예감하며 꽃의 시절을 기억한다. 그래도 그 길의 끝에 배고픈 그 누군
가 먹으라고 “까치밥” 하나 남겨 둔다. 얼마나 “단단한 목숨”인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