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콩
◈조성문◈
아슴푸레 안개 걷는 등창이 난 산등성이
DMZ 서 말 닷 되 가을볕도 쏟아지고
깍짓동 자차분하게 들여놓고 여 보란다
10월 하늘 휘익 돌아 바닥에 철썩 치면
숨죽이다 놀라 내닫는 고라니 눈망울같이
노란 콩 튀어 오른다, 강을 흔든 쏜살같이
서로는 갈라진 하나 가깝고도 먼 지뢰밭
아는지 모르는지 콩당콩당 장난기 서린
굴러도 눈치야 빠른 통일촌의 여문 콩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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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문=(1965~ ) 전남 함평 출생.
2006년 조선일보로 등단.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지원금.
‘21세기시조’ 동인.
장단콩축제 후문은 늘 훈훈하다. 'DMZ' 그 비무장의 가을볕이 '서 말 닷 되'나 쏟아 부었
으니 콩들도 저를 안 익힐 리 없었겠지만. 그러니 '깍짓동 자차분하게 들여놓고 여 보란'
듯 으스대더라도 부듯하고 든든하다.
그런 '고라니 눈망울같이' 어여쁜 해콩들이 '콩당콩당'이 임진벌을 거슬러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는 '통일촌의 여문 콩알'이 남기는 눈치 같은 씁쓸한 뒷맛은 되작일 필
요도 없으리라. 이쪽 저쪽 편 가를 때 더 눈치 보며 살아냈을 접경의 탄식 따위도 훌훌 털
수 있겠다.
박제된 '통일' 구호나 철새처럼 치고 가는 접경지역. 금 그은 길은 언제나 활짝 열릴지….
콩장처럼 졸여온 금단의 세월이 어지간히도 길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