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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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곽효환-웃는 당신**
웃는 당신 -곽효환- 당신, 날 보고 웃네요 찻잔 둘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낡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오래전에 그랬듯이 당신, 여전히 날 보고 웃네요 어느새 창밖에는 눈발 가득하고요 나는 아직 못한 말이 있는데 아니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두고 온 말들은 머릿속을 맴돌고 나는 이렇게 아..
2014.02.13 -
**[국제시단]김 곳-주전자는 좀 뚱뚱했어**
주전자는 좀 뚱뚱했어 / 김 곳 코끼리 코를 닮은 주둥이를 묶을 수 있었다면 내 청춘의 푸른 잠이 좀 더 깊고 포근했을 것도 같았지 한통속인 우리라는 유년은 지겨웠어 쑥쑥 자라는 빽빽한 콩나물시루 안은 싫어 선인장 가시가 돋아나는 내 사춘기는 꽃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막의 계절..
2014.02.10 -
**[가슴의 시]신석정-蘭**
蘭 -신석정- 바람에 사운대는 저 잎샐 보게 잎새에 실려오는 저 햇빛을 보게 햇빛에 묻어오는 저 향낼 맡게나 이승의 일이사 까마득 잊을 순 없지만 蘭이랑 살다보면 잊힐 날도 있겠지… 일러스트/유재일 ------------------------------------------------------------ ▶신석정(辛夕汀)=1907~1974 전북 부안 1..
2014.02.06 -
**[맛있는 시]최영철-쑥 국**
쑥 국 -최영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에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
2014.02.05 -
**[국제시단]정희경-입 춘**
입춘 / 정희경 바람이 들락거리는 헛간에 매달려서 허공에 파종한다 맨살의 마늘 몇 접 땅 한 줌 물 한 모금 없는 겨울잠이 아리다 어디 너뿐이랴, 눈물을 감추는 이 홀쭉한 몸을 데워 마지막 남은 힘 때 되면 싹을 올린다 헛발질은 없다, 없다 ..............................................................
2014.02.03 -
**[국제시단]이은주-밥**
밥 / 이은주 나는 나 아닌 너에게로 가서 밥이 된다. 너는 너 아닌 나에게로 와서 밥이 된다. 우린 서로의 밥이다. 나는 너를 벌어먹고 살고 너는 나를 벌어먹고 산다. 밥이 다시 밥에게 밥 달라 보채고 밥 달라 보채던 밥이 다시 밥이 되어 준다. 우린 서로 보채는 밥이다. 우린 서로 한 덩..
201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