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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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신경림-별**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2014.01.25 -
**[국제시단]이경히-꽃피는 영락공원**
꽃피는 영락공원 / 이경히 다시 찾은 영락공원에 꽃이 피었습니다 가신 이가 남긴 정갈한 유품처럼 유언의 미소처럼 손 내밀어 가만히 꽃송이를 들여다봅니다 조생화의 경계가 불분명한 꽃잎 속에 웃고 있는 낯익은 얼굴 일생 가장 빛나는 한 시절 누군가의 가슴 벅찬 꽃다발 누군가의 ..
2014.01.21 -
**[가슴의 시]백석-멧새 소리**
멧새 소리 -백석-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일러스트-박상훈 --------..
2014.01.19 -
**[가슴의 시]박용래-저녁눈**
저녁눈 /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 ▶박용래(..
2014.01.14 -
**[국제시단]정진경-행복한 잔뿌리**
행복한 잔뿌리 / 정진경 눈주름 자글한 여자가 거울 안에 웃고 있다 무꽃이 지자 바람 든 무 하나 품에 안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풍혈이 지나간 몸, 살(肉)의 골짜기마다 정체모를 구설수가 드나들고 수상한 눈빛이 드나들고 눈치 빠른 벌레들은 제가 앉을 갱도를 파고 있다 세상이 나를 ..
2014.01.13 -
**[국제시단]전연희-다시, 새날에**
다시, 새날에 / 전연희 가져온 무거운 짐 털어내고 씻어내고 긴 어둠 돌아나온 마주선 시간 앞을 설레는 마음 하나만 물결 위에 놓습니다 어제도 그 어제도 휘청이며 걸어온 길 오늘은 두 손 모아 새날 향해 곧게 서면 하늘도 온힘 쏟느라 붉은 물이 듭니다 숨소리 거칠세라 삼가 외던 기..
201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