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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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이육사-絶頂**
絶 頂 / 이육사 매운 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2013.12.21 -
**[맛있는 시]최영철-빗소리**
빗소리 -최영철- 타다닥 타닥 수많은 파지를 내며 지난밤 공들여 써놓은 시 한 편을 후드득 후둑 오늘 아침 내린 비가 말끔히 쓸어가버렸다 다시 詩想을 가다듬으며 비는 천천히 또박또박 내리다가 마감에 쫓기는지 일순 속도가 빨라졌다 타다닥 후드 타닥 후둑 난타가 이어졌다 파편에 ..
2013.12.20 -
**[국제시단]전다형-사람책-하객들**
사람책-하객들 / 전다형 눈도장부터 찍었다 방명록에 한 줄 덕담 덤으로 얹었다 귓바퀴를 맴도는 주례사 귀 똥으로 앉고 입저울 위 신랑 신부 얹어놓고 이쪽이 처지나 저쪽이 기우나, 눈저울 눈금 어림잡아보는..
2013.12.17 -
**[가슴의 시]한 강-거울 저편의 겨울 8**
거울 저편의 겨울 8 -한 강- 흰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눈먼 남자 둘이서 앞뒤로 나란히 구두와 지팡이의 리듬에 맞춰 걷고 있었다 앞의 남자가 더듬더듬 상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뒤의 남자는 앞의 남자의 등을 보호하듯 팔로 감싸며 따라 들어갔다 미소 띤 얼굴로 유리문을 닫았다 일러스..
2013.12.15 -
**[맛있는 시]정영태-사우나**
사우나 / 정영태 젖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가는 꿈들, 김을 딛고 천정을 건너가는 꿈들, 헛딛고 떨어지다가 천정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꿈들, 기지개를 켜는 內臟들, 頭蓋骨 안에서 출렁이는 湖水들, 비치는 것은 모두 아름답구나 좋아, 이 세상은 김 속에 눕거나 앉아서 즐거운 꿈을 꾼다 ..
2013.12.14 -
**[국제시단]송 진-금사에서**
금사에서 / 송진 너 봤니? 보름달이 고양이 눈알처럼 노랗게 빛나는 밤 아홉 시 사십 구분이 슬픔의 슬픔의 새끼를 까며 골목을 기어 다니는 거 슬픔의 유전자는 불의 기원을 가지고 태어났대 태우면 태울수록 눈물이 흘러 달의 서랍을 열면 비닐칸막이가 드리워진 토끼의 간을 만난대 오..
2013.12.09